미 낙태권 폐지 판결 …시위·충돌 확산

​출처= 뉴시스 / 낙태 금지 판결에 대해 시위하는 시민들
​출처= 뉴시스 / 낙태 금지 판결에 대해 시위하는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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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낙태를 합법화한 이른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공식 폐기했다.

앞서 미 연방대법원은 24일(현지시간) 여성의 임신중지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례를 찬성 5명 대 반대 4명으로 50년 만에 번복했다.

연방 대법관 9명이 표결해 5대 4의 결정으로 폐기했는데,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은 "헌법적 보호를 상실한 수백만의 미국 여성을 위해 반대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 결과 낙태금지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낙태를 법으로 금지해도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은 미시시피주가 임신 15주 이후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주 법률 위헌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까지 올라간 결과다.

판결 직후 아칸소, 미시시피, 텍사스 등 13개 주에서는 즉각적으로 임신중지가 금지됐다.  또한 앨라배마, 오하이오, 조지아 등 5개 주에서도 몇 주에서 몇 달 사이에 임신중지가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1973년 이후 낙태권 보장의 근거가 됐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50년 만에 공식 폐기한 것이다.

따라서 낙태에 대한 헌법상 권리가 인정되지 않으면서 낙태권을 보장할지에 대한 결정은 각 주 정부나 의회의 권한으로 넘어가게 됐다.

출처 = 뉴시스 / 낙태관련 연설하는 조 바이든 

판결 직후 바이든 대통령은 긴급 대국민 연설에 나서 낙태가 불법이었던 1800년대로 돌아갔다며 비난했다. 

또 "대법원이 많은 미국인에게 근본적인 헌법적 권리를 빼앗은 것"이라며 "미국 여성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에 처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대법원의 판결에 대응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는 사실상 없다.

오늘 판결로 50개 주 가운데 절반 이상의 주에서 낙태를 금지하거나 크게 제한할 것으로 전망된다.

낙태 찬성 여론이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는 가운데, 미국내의 극심한 혼란과 갈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테일러스위프트 / 크리스 에반스 / 머라이어 캐리 

미국 연방대법원이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판례를 파기한 가운데, 미 연예인들이 낙태권 폐지 결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음악 축제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에 참가한 팝스타들은 무대에 올라 낙태권 폐지 결정에 분노를 터뜨렸다.

19세 팝스타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큰 충격을 받았고 두렵다”며 “낙태권 폐지 때문에 많은 여성과 소녀들이 죽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당신들을 증오한다. 이 노래를 대법관 5명에게 바치고 싶다”며 보수 대법관들의 이름을 한명씩 거론한 로드리고는 욕설 제목의 노래 ‘F*** You’를 영국 팝스타 릴리 앨런과 함께 불렀다.

축제에 동참한 팝가수 빌리 아일리시도 “미국 여성들에게 정말 어두운 날”이라며 연방대법원을 비판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트위터를 통해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신체 권리를 박탈했다. 무척 두렵다”면서 “수십년간 사람들은 여성의 기본권을 위해 싸웠지만 이번 결정을 우리를 그것으로부터 멀어지게 했다”고 밝혔다.

‘팝 디바’ 머라이어 캐리도 “여성의 권리가 눈앞에서 무너지는 세상에 왜 살고 있는지를 11살 딸에게 설명해야 한다. 정말 이해할 수 없고 실망스럽다”고 말했고, 원로 가수 겸 배우 벳 미들러는 “미국 국민들의 의지와 요구에 귀를 닫은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남성 스타들도 한 목소리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마블 영화 ‘캡틴 아메리카’의 주인공 크리스 에반스는 낙태권 폐지 결정을 비판한 글을 잇달아 리트윗하며 지지를 표했고, 스타작가 스티븐 킹은 “19세기로 돌아간 연방대법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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