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수의 음원 싹쓸이
가수에게 상대적 박탈감?
시대가 웃음 원해 .. "개가수 필요하다" 여론 확산
탁재훈, 윤종신 "개그맨이 아니라 가수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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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가 배우 활동을 하거나 배우가 MC를 맡는 이른바 만능 엔터테이너들이 연예계에서 보이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다.

그러나, 요즘은 용감한 녀석들, 셀럽파이브 등 개그맨과 가수를 합쳐 ‘개가수’로 불리는 연예인들이 많은데, 유독 개그맨으로 데뷔해 가수로 활동하는 이들에게만 가혹한 잣대가 이어져 논란이 되고 있다.

 

슈프림팀 이센스 "개가수 꼴보기 싫다" 발언 화제

‘개가수’라는 단어가 나오게 된 것은 2012년 경, 당시 KBS 코미디 프로 ‘개그콘서트’에서 ‘용감한 녀석들’이라는 코너 속 멤버들의 높은 가창력과 공감가는 가사가 음원 차트 1위를 휩쓰는 등 인기를 끌자, 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본인들을 ‘개가수’로 소개하며 유명해지게 된 것이다.

이처럼 개그맨으로 데뷔해 가수 활동도 겸비한다는 개가수는 코미디언이지만 음악 쪽 분야에 재능이 있거나, 하나의 개그 컨셉으로 음원을 냈는데 히트가 난 사례가 상당 수 있다.

 

아시아경제 기사 사진
아시아경제 기사 사진

그러나 “가뜩이나 어려운 음원시장에 대중의 인지도나 TV노출 빈도를 앞세워 뺏어가는 것은 불공정하다”거나, “몇년 간 앨범을 준비한 가수도 있는데 이벤트성으로 발표한 인스턴트 음원이 단숨에 인기를 얻는게 맞느냐”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한 때 슈프림팀의 이센스는 트위터에 ‘가수흉내를 내는 개그맨’에 대해 “꼴보기 싫다.”고 언급한 적 있고, 인디밴드 멤버 아이디 ‘Namoo’ 또한 무한도전 가요제를 보고 “짧은 시간에 6곡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조금도 감동적이지 않았고, 그 음원들이 음원차트를 휩쓰는 모습에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라며 불편한 감정을 내비친 바 있다.

 

이효리, 빅뱅의 라이벌 '나몰라패밀리'

사실 ‘개가수’들을 가수들이 경쟁하는 그럴싸한 이유가 있다. 컨셉을 잡고 확실하게 뜨면 정상급의 쟁쟁한 가수들과 라이벌을 다툴 정도로 음원시장을 휩쓸어가기 때문.

'사랑이 그렇게 쉬워' 음반 대표사진 캡쳐
'사랑이 그렇게 쉬워' 음반 대표사진 캡쳐

‘개가수’의 원조라고 볼 법한 레전드 개가수 ‘나몰라패밀리’는 2008년 발표한 ‘사랑이 그렇게 쉬워’로 개그맨 가수 최초로 ‘뮤직뱅크’에서 3주 연속 1위를 달리며 빅뱅, 이효리와 경쟁했고 가수로 인정받고 있을 정도로 영향력 있는 그룹이다.

유세윤과 뮤지가 결성한 ‘UV’ 또한 90년대 뉴트로 감성과 독특한 뮤직비디오, 재미있는 가사가 결합된 ‘쿨하지 못해 미안해’, ‘이태원 프리덤’ 등 여러 앨범의 화제성은 대단했다. 거기에 그들만의 페이크 다큐까지 방영하면서 2010년대엔 ‘UV신드롬’이 탄생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냈다.

 

무한도전 영동고속도로 가요제 / 멜론 차트 캡쳐
무한도전 영동고속도로 가요제 / 멜론 차트 캡쳐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도 예외는 아니다.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무한도전 가요제’ 시즌이 올 때마다 무도 멤버들과 정상급 가수들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퀄리티 높은 노래들이 나와 매번 차트 상위권을 휩쓸며 가수들은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 외에도 김영철, 박명수, 정형돈, 셀럽파이브 등 많은 개그맨 출신 연예인들이 가수로서의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컨츄리꼬꼬가 개그맨이 아니라 가수라고 ?

한 편, 개그맨 가수가 아닌데도 ‘개가수’로 오해받은 억울한 케이스도 있다.

컨츄리꼬꼬 - 일심 / MBCkpop 유튜브 화면 캡쳐
컨츄리꼬꼬 - 일심 / MBCkpop 유튜브 화면 캡쳐

탁재훈과 신정환으로 결성된 ‘컨츄리꼬꼬’는 각종 예능에 출연하여 개그맨을 웃기는 가수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예능감이 뛰어났다. 때문에 이들을 개그맨으로 아는 대중들이 많으나 이들은 1998년 정규 1집 앨범 ‘오!해피’로 데뷔한 명백한 가수이다.

컨츄리꼬꼬의 멤버는 룰라의 이상민이 이어주고 프로듀싱까지 맡으며 애초에 ‘웃기는 가수’로 컨셉을 잡아 이름을 알리는 데 성공하며 ‘Gimme Gimme’가 상당한 히트를 기록하며 인기가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이후 예능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개그맨 이상의 인기를 얻게 되어 ‘개가수’라는 오해를 불렀다.

 

2010년대부터 ‘깐족컨셉’ 예능인으로 ‘라디오스타’, ‘패밀리가 떴다’ 등 예능프로에서 많은 활약을 보인 윤종신 또한 개그맨 출신으로 오해받고 있지만, 그는 무려 1990년 대에 015B의 객원보컬로 데뷔해 작곡, 작사, 프로듀싱 능력을 갖춘 뛰어난 뮤지션이다.

윤종신은 깔끔한 발음과 담백하면서도 그만의 절절한 감성으로 담담한 척하지만 누구보다 슬픈 느낌을 잘 살려 ‘좋니’, ‘너의 결혼식’, ‘1월부터 6월까지’ 등 내는 이별노래마다 히트를 친다. 또한, ‘거리에서’, ‘넌 감동이었어’, ‘이별택시’ 등 윤종신이 작사,작곡한 타 가수의 노래가 대박이 난 경우가 많다.

 

가수는 예능 나오는데 개그맨은 왜 안 돼 ?

현재는 많은 연예인들이 부캐 컨셉을 가지고 2가지 이상의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나, 2010년대 ‘개가수’를 대표했던 ‘용감한 녀석들’의 경우에는 한창 ‘개가수’에 대한 비판이 들끓을 시기라서 “가수들에게 누를 끼쳐 죄송하다”며 가요계 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개가수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에 반박하는 여론도 많았는데 “시대가 변하고 대중의 입맛도 변하는데 오히려 개가수의 돌풍을 자극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미 예능과 영화에 가수들이 대거 진출해있는데 그것을 문제 삼지는 않지 않느냐”는 의견이다.

 

2012년, 전 세계 음원 시장과 뮤직비디오 조회수로 탑을 찍어 무려 12년 만에 싸이에게 전성기를 가져다 준 ‘강남스타일’은 개가수에게 영감을 받은 유머코드가 없었다면 탄생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에 싸이는 “시대가 웃긴 걸 원한다. 개그맨들이 참 재주가 많은데 그 재주를 펼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며 개가수에 대한 소신 발언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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